국가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 것이다. 국가는 제도와 법적 틀을 만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는 국민 일상이 자유롭고 안전이 유지되도록 행동할 의무를 가진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 사고 모두 국가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는 걸까? 차이는 국가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과 법적 제도를 만들고 이에 따라 일상과 민간의 안전,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 점검, 유지시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 재산, 안전을 위해 만든 제도와 법적 장치, 시스템을 민간이나 개별 조직에서 편의상, 경제적, 기타 여러 이유로 무시하고 나타나는 사고까지 모두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정부의 사고 후 즉각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의무와 책임이 있으며, 제도적 허점이나 원인을 파악, 사고 후 정부차원에서 대응에 미숙한 점이 없는지, 개선할 사항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꾸준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마치 매일 일어나는 교통사고, 개별 범죄, 회사, 조직내 사건 사고, 건물 화재 등 분명히 존재하는 안전규정 무시로 발생하는 사고까지 모두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은 있을지 언정) 주된 사고원인 주체는 그것을 무시한 조직에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10.29 이태원 참사는 공공의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길위에서 희생당한 참사는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고 사실상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해 벌어진 국가가 참사 원인 제공자이자 참사 책임이 분명하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단상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사회적 약속을 한다. 그중 상당부분이 국가 정부의 통제 신호에 따라 효율적 움직임과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제한속도, 도로 교통신호등, 교통 표지판,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경고 표시등은 일종의 약속으로 정해진 규칙과 통제에 따라 룰을 지키고 움직여 우리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한다. 이런 통제 (정확한 표현으로 사인 (sign)에 가깝다)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시민의식이 아무리 성숙하다고 해도 사람들의 안전한 다중 행동을 유도하는 공통의 사인 (sign)이 없다면 시민의식여부와 관계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10.29 참사가 일어 난지도 어언 2달이 넘어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 한복판. 핼러윈 데이를 맞아 시민들의 집중적으로 모여든 곳에서 국가는 이 최소한의 가이드 역할도 하지 않아 대규모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
결론부터 미리 서두에 말하자면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참사는 정부의 책임이 확실하며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은 너무 어이없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자라는 점이다.
당시 확인된 객관적 팩트 상황…
2022년 핼로윈 데이는 그동안 코로나 정국으로 대외 활동이 위축된 상태가 일정부분 해제가 되어가면서 그동안 눌려왔던 거리축제의 해방구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2022년 이태원 일대의 용산 지자체와 경찰 등 정부기관에선 이미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였다. 그럼에도 왜 경찰 인력에 의한 인파 관리 통제는 예년보다 더 없었을까? 급작스러운 청와대 용산이전의 나비효과부터 마약단속 실적을 위한 정부의 대응 등 여러가지가 원인이 거론되는 현실이지만 무엇 하나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다.
현재도 이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국정조사를 진행중에 있지만 우선 여기에선 그 배경을 잠시 접어두고 온전히 참사 당일 그 시간과 장소에만 한정하여 명확히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 가지고 원인을 분석해보자.
우선, 이번 참사와 관련된 기록을 모아보면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명확히 팩트인 사실이 존재한다.
(1) 핼로윈 데이 10.29 참사 당일 저녁부터 이미 수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집중되는 상황
(2) 이런 상황을 정부와 지자체, 경찰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하였고,
(3) 지하철역에서부터 인파 유입이 꾸준하게 들어와 지하철 내리는 순간부터 지상 출구까지 나가는데 인파로 발이 묶이는 상황 발생
(4) 이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 정복 인원은 거의 없었던 점
(5) 압사가 일어나기 수시간 전부터 112와 119 신고전화
이 5가지 팩트를 근거로 이번 참사는 왜 정부가 100% 원인 제공자라는 것을 물리학 법칙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물리학이 말해주는 참사원인. 유체역학, 고속도로 유령정체와 이태원 10.29참사의 관계
(1) 유체역학 베르누이 원리는 무엇인가?
유체역학은 이상 기체 액체의 흐름에 관한 물리학이며, 유체역학 원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베르누이 (Bernoullli)정리이다. 흐르는 유체의 속도와 압력의 합은 항상 일정하다. 에너지 보존법칙 (에너지의 형태만 바뀔 뿐, 에너지의 총합은 변함없이 일정함)의 한 형태로 유체의 운동에 대해 설명한다. 즉 유체의 압력과 움직이는 속도는 명확한 수학적 공식에 기초한 원리에 의해 총합은 항상 일정한 것이다.
위 식은 이상 유체가 좁은 곳을 통과할 때 유체의 속도는 증가하고 압력은 낮아지는 관계를 수학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즉 압력이 낮아지면 속도는 증가하고 반대로 속도가 떨어지면 압력이 증가한다. 이 합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리학이며 큰 틀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의 일부의 자연 원리이다. 이 원리는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우리 일상생활부터 현대문명에 적용되고 응용된다.
달리는 자동차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경험적으로 잘 아는 사실이 있다. 자동차 주행 중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워도 담배연기가 자연스레 창밖으로 흘러 나가게 된다. 이는 달리는 차 내부와 외부의 압력 차이로 인한 결과이다. 달리는 차 밖의 공기 흐름은 차의 속도에 비례하여 매우 빠른 바람 (유속)을 가진다. 베르누이 원리에 의하면 유체의 속도가 빠르기에 압력이 (상대적으로 차 안에 비해) 낮아지게 된다. 모두들 아는 상식이자 물리학의 기본 법칙, 온도는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이동하고 압력도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이동하여 서로 간의 평형을 맞추려는 자연법칙이 존재한다.
비행기 날개 형상에 따른 위 ,아래 공기흐름 속도가 달라져 발생하는 압력 차이의 베르누의 원리와 공기를 받는 날개 각도로 생기는 작용 반작용 법칙에 의해 양력이 발생하여 하늘로 날아오른다.
(2) 물리학 베르누이 원리로 본 10.29 이태원 참사 원인
참사현장을 보면 해밀턴 호텔 옆 좁은 골목의 참사현장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인파가 집중되면서 참사의 전조가 발생하였다. 여기서 좁은 골목을 주목하자. 베르누이 원리처럼 유체는 좁은곳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져 압력을 낮추게 된다. 똑같은 원리로 이태원 참사현장의 좁은 골목은 수많은 인파가 집중되었다. 다수의 확인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지하철 출구에서 유입되는 사람들은 일정 임계치의 수를 넘어가게 되면서 압력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압력을 낮추기 위해선 흐름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흐름이 골목을 중심으로 위아래 양끝단에서 막히면서 누적된 압력으로 사람들은 갇혀서 압사라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다. (설령 누군가 장난삼아 일부러 사람들을 민다고 가정하여도, 연쇄적 압력 전달 파동은 충분한 흐름만 유지되어도 압사라는 최악은 나타날 수 가 없다.)
압력 (압사)를 낮추기 위해선 속도(흐름)을 유지해야 하며, 만약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인파 흐름의 속도가 낮아지면 (정체되면)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일정수준 이하의 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통제로 풀려진 핼러윈 데이 때 축제 인파의 유입은 애초에 일정수준 이하로 기대하긴 어려웠고, 이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되었던 사항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단 하나, 속도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가이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늘 하던 대로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과거 여느 때처럼) 정부에서 경찰을 통해 인파흐름 관리 통제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3) 10.29 참사는 왜 정부책임 100% 인가?
여기서 이런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누이 원리는 의식활동이 없는 물질 (이상유체)의 흐름인데, 이태원 참사현장은 이런 물질이 아니라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것이 있으면 피하거나 시민의식 부재로 서로서로 밀면서 일어난 사고 아니냐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반문이 바로 이번 참사의 원인이 정부라는 것을 반증한다.
당시 이태원 참사 일대에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충분히 예상되었고 실제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미 이태원 전철역에서부터 나오기도 힘들만큼 인파가 누적된 상태로서 이때만 참사현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대비 참사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수가 같은 비를 이룬다면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면서 흐름이 유지되지만, 지하철과 각종 도로 골목에서 참사현장으로 유입되는 인풋(input)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서 이 균형이 깨진다. 그 결과로 현장 압력이 올라가게 된다.
이런 종류의 압력은 누군가 밀어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압력의 파동이 전달되어 순간적으로 높은 압력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 유입되는 인력들만큼 개인 한명 한명 입장에선 손쓸 수 없이 휩쓸려 서서히 조금씩 압력이 누적되면서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압사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마치 개별 차량들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고속도로 유령정체가 나타나는 것처럼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유령정체와 관련성은 아래 설명하였다.)
생존자 인터뷰 (호주인 네이선, 안타깝게 그의 친구들은 참사 희생자가 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국적의 네이선 테버니티(Nathan Taverniti·24)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갑자기 우르르 몰려온 사고가 아닌 천천히 몰려오는 고통스러운 압박으로 사람들이 깔려 숨졌다" 며 "사전 계획, 경찰력, 비상 서비스가 전혀 없어 아무도 도울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 그는 "이번 참사는 술에 취한 인파로 벌어진 사고도 아니었다"며 "수많은 인파의 운집에 대해 적절하게 사전 계획이 있었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인 생존자 "'사전 계획·경찰·비상서비스' 3無…속수무책이었다" (naver.com)
실제 생존자 인터뷰는 시민의식 부재로 인한 사람들이 밀면서 발생한 압력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코로나 통제가 풀리고 작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지자체 등 정부 당국은 이미 예상한 상황에서 다중 군중을 효율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시민의식의 문제와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실제 유가족 인터뷰와 생존자 인터뷰만 보더라도 시민의식이 없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
결국, 누군가 기준이 되어 군중의 흐름을 유도하고 가이드선이 되어줄 통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바로 정부(경찰)의 중요성이다.
참사현장 양 끝단 경찰인력들이 대중의 흐름을 좌우로 분리선 가이드를 넣거나 아예 일방통행으로 가이드 통제한다면 사방에서 들어오는 인풋을 통제하게 되고 그 통제된 인력만큼 외부로 압력이 해방된다.
또한 전철역에서부터 이미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가 진행되었는데 이때라도 전철 무정차 통과를 진행하여 유입되는 인파를 줄이기만 해도 어떻게 든 흐름의 동력이 생겨 압력이 낮아질 개연성도 충분히 있었고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 지하철 공사 누구도 행동하지 않았다.
참사현장의 지도와 현장 로드맵 사진을 보더라도 주변의 넓은 공간이 있고 참사현장은 좁은 골목에서 일어났다. 즉 아무리 인파가 몰려도 주변의 넓은 도로변까지 인파를 통제 관리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골목의 양 끝단에 경찰의 행정력 가이드 선을 만들어 인파를 좌우로 유도하거나 아니면 일방통행으로 가이드 했어야 했다.
다중 군중은 효율적으로 인파 흐름 통제만 하였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지만 이번 22년도 할로윈 데이 때는 경찰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 없었다.
“이태원 참사 목격 김C “왜 경찰 없지? 생각”…실제 그랬다. … 경찰분들이 제복을 입으시면 형광색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냐. 그런데 경찰분들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가 봤을 때는 몇 분, 정말 몇 분 안 계셨던 것 같다. 대부분 응급요원들 그리고 소방관분들 이분들이 대부분이었지 경찰분들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래서 저도 생각이 드는 게 ‘왜 경찰이 없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김C는 “교통 통제나 폴리스 라인을 못 봤다. 핼러윈 2주 전 이태원 문화축제를 했다. 그때는 교통통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통행하기도 편했고 사건사고도 없었다. 그런 게 달랐다”면서 “2주전과 같이 관계당국이 대처를 했다면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태원 참사 목격 김C “왜 경찰 없지? 생각”…실제 그랬다 | 서울신문 (seoul.co.kr)
“작년에도 이태원에선 핼로윈데이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경찰 인력이 투입돼 인파가 지나치게 몰리지 못하게 잘 통제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매우 달랐다는 게 아흐메드의 설명이다. … 시간이 지나자 뭔가 잘못됐다는 게 분명해졌다. 놀란 아흐메드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엄청난 인파에 휘말려 있었다고 했다.”,
BBC뉴스 인터뷰, 이태원 사고는 어떻게 일어났나 - BBC News 코리아
구 씨는 "큰 도로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측 통행을 하고 서로 마주치지 않지만 유일하게 마주쳐 혼잡해지는 지점이 바로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라며 "T자 구역과 그 아래 교차로까지 포함해 (세 구간에서 사람들이) 서로 우측 통행을 하면 6개의 지점이 모이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 구 씨는 "거기에서 좌회전 하려는 사람, 우회전 하려는 사람, 직진하려는 사람 다 뭉치면서 항상 사람들이 뭉쳐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사고 '전조 있었다' - BBC News 코리아
게다가 사고의 전조로 이미 당일 밤 이미 첫 신고와 더불어 수많은 경찰과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구조신호가 있었다. 이러한 신고와 제보에도 불구하고 수시간동안 해당 현장은 통제되지 못하고 압력이 누적되면서 도저히 일어나선 안 되는, 일어날 수가 없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수 시간 동안의 기회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침몰이 시작되고 손쓸 틈 없이 순식간에 이뤄진 사고가 아닌 30분 이상의 시간동안 천천히 침몰되었다. 그 시간동안 구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끝내 구조하지 않았고 그 의문은 아직도 완벽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11명의 각기 다른 신고자로부터 '압사'라는 단어는 모두 9번 되풀이됐습니다. '통제'라는 말도 9번. 시민들은, 경찰의 개입을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밤 10시 17분, 마침내 소방이 출동했을 땐, 이미 많은 시민들이 심정지 상태로 누워 있었습니다. "아무도 통제 안 해요. 경찰이 좀 통제해줘야죠!" 라는 첫 신고자의 외침이 있고 나서 4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4시간 전 “압사당할 것 같아요”, 112 녹취록 살펴보니… (kbs.co.kr)
(4) 고속도로 유령정체가 생기는 원리에서도 10.29참사 원인이 보인다.
고속도로 유령정체가 왜 생길까? 고속도로 주행 중 어느 순간 (특히 터널 통과 부근) 정체가 되어 서행하다가 갑자기 정체가 풀리는 경험을 운전자라면 했을 것이다. 정체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풀리는 장소까지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없음에도 일어난다. 즉 정체구간사이에 새롭게 추가되는 차들도 없고, 나가는 차들도 없는데 정체가 일어난다. 이걸 유령정체라고 흔히들 부르는데, 이 사실과 10.29참사의 유사성이 보인다. (즉 희생자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차처럼 객차들이 서로 움직임이 완벽하게 연결된 흐름이 아닌, 개별 자동차들의 흐름의 결과인 유령정체는 고속도로가 일정수준 밀도 이상의 자동차가 일정속도로 주행하면서 앞차가 브레이크를 잠시 밟아 속도를 순간적으로 늦추면 뒤차가 이를 인지하고 자신도 충돌을 막기위해 또는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자신도 잠시 속도를 늦추는 시간차이가 발생한다. 고속도로 차량의 밀도가 낮으면 일종의 버퍼 (buffer)구간이 생겨 교통흐름에 큰 영향이 없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밀도를 넘어서게 되면 앞차의 브레이크를 보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내가 속도를 줄이고, 그 영향으로 내 뒤차도 시차를 두고 속도를 줄이는 연쇄작용이 파동처럼 일어난다.
(여담이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정체된 도로 합류지점에 내차 앞으로 누군가 끼워들기를 시도한다면 양보해주는게 결국 나에게 이익이다. 양보를 하지 않아 더 앞으로 나가 끼워들기를 하면 그 파동의 여파가 뒤로 전해져 나에게 전달되게 더욱 늦어진게 된다. 똑같은 이유로 속도로 터널 앞에서 운전자들이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는데 이 여파로 터널 직전 유령정체가 흔하게 일어나며 터널이 통과하자마자 유령정체가 풀리는 원리이다.)
이것이 누적되어 뒤로 갈수록 연쇄작용 파동은 강도를 더해가고 극기야 내가 잠시 브레이크를 밟은 지점 또는 Km 뒤에서 그 영향의 파동으로 속도 저하를 일으켜 차량의 속도가 0이 된다. 속도가 0이 되는 시간 1초에서 5초, 1분씩 늘어나게 된다. 바로 유령정체가 나타나는 것이다.
10.29 참사의 압사와 다른 점이라면 자동차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을 만큼 간격을 유지한다. 대신 그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공간을 더욱 확보하여 고속도로 공간을 모두 자동차가 점유하여 정체를 일으킨다. 즉 앞서 살펴본 베르누이 원리에 입각하여 생각해보면, 고속도로 자동차 밀도가 높아지고 속도저하라는 유체흐름이 떨어져 압력이 발생하면, 일정순간 압력 (차량간 부딪힘)을 해소하기 위해 공간을 뒤로 확보하면서 압력을 낮추는 대신 길고 긴 유령 정체 구간으로 대신한다. 10.29 이태원 압사 참사는 이런 공간 확보 혹은 흐름 속도유지가 되지 않고 그만큼의 압력이 그대로 참사현장 군중에게 가해져 희생자가 생겼다. 이때 이 압력을 낮추기 위해 콘트롤이 되어줘야 할 경찰이 흐름 유지, 일방통행조치, 좌우 통행 가이드 라인선만 있었어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즉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희생자들이 질서의식과 전혀 무관한 참사이다.
항상 해왔듯이 핼러윈 축제에 경찰의 가이드선 유지 등의 통제만 있었어도 인파 흐름이 유지되어 적정 수준 이상의 압력상승을 방지할 수 있었던 것 현장이 올해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거리에는 없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더욱이 핼로윈 데이처럼 주최자가 없는 다중 군중 밀집 행사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더욱 강한 책임이 부여된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외면했고 세월호 이후 다시한번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거리에서 서서히 대규모로 희생되는 참사를 겪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참사 대처를 보면 상당히 미성숙한 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10.29참사는 왜 생겼으며 그 이유를 추적하다 보면 이번 참사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깜짝 놀란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을 비롯해서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끔찍한 인간성이 익명의 인터넷에 곳곳에 퍼지는 걸 목도하였다. 심지어 어느 극우단체는 정치적 일인 마냥 엉뚱하게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앞에서 차마 인간으로서 양심까지 버려 모욕하는 끔찍한 일도 저지른다. 이 때문에 이번 참사가 왜 정부의 책임인지 명확하게 알리고자 참담한 심정으로 펜을 집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는 단순히 놀러가서 죽었다며 희생자 탓하거나 조롱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은 없어져야 한다. 설사 놀러가서 죽더라도 그 자체가 희생자 탓이 되어선 안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청년들이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나가 노는 것 자체를 윤리적으로 보는 데서 문제가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입시 준비하고 공무원 시험 보는 등 힘들게 사는데 춤추고 술 한 잔 마실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범죄시 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축제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후에 계속 있었다. 축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아주 필수적이다"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런 공간과 기회를 많이 허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오히려 코로나나 사회 분위기 등으로 억압해왔다"고 말했다.”
"놀러간 탓?"…현장엔 중학생 모녀·일밖에 모른 딸도 있었다 - 노컷뉴스 (nocutnews.co.kr)
더구나 참사의 희생자는 유가족의 증언으로 밝혀졌듯이 단순히 그 길을 통과하려던 사람부터,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던 평범하고 보통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바로 우리 자신도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운명이다. 희생자에 대한 모욕과 조롱은 멈추길 바라며, 참사 당일 정부와 유관기관의 대처사항과 이런 참사가 일어난 제도적, 시스템적 근본적 원인인 무엇인지 철저한 진실규명이 되어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시스템적 반성과 보완을 해야겠다.
희생당한 모든분의 명복일 빕니다.
참사 희생자들의 이야기들. 미안해 기억할게
참사 희생자 고 오지연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9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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