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통상의 코스를 과감히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할 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에디톨로지'에 이은 김정운 작가의 책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교수는 독일에서 철학, 심리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나이 50즈음 이제부터 내 인생은 남의 눈이 아닌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산다며 잘나가던 교수를 그만두고 느닷없이 일본으로 그림유학을 떠난다. 그 이후 무사히(?) 미술전공을 마무리하고 어엿한 작가와 화가로서 제2의 인생을 꾸려 나가는 중이다.
김정운 박사는 귀국 후 자신만의 공간 슈필라움을 찾아 정착하는 이야기와 자신의 소박한 꿈을 풀어나가면서 인생의 문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문화 심리학자 답게 재치 있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슈필라움 독일어로서 공간을 뜻하는 라움의 합성어로 심리적 물리적 개인의 공간을 뜻한다. 즉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인 자신만의 쉴 공간을 표현하는 단어로서 우리나라의 언어에는 이런 단어가 정확히 나타내는 단어는 없다. 즉, 우리는 그 단어를 표현해 낼 만한 행위 자체가 없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런 여파로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심리적 피곤함이 피곤함 인지도 모르고 이 경쟁사회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이런 슈필라움의 부재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설계하고 만들어 인생의 한 켠에 가치, 보람,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이라고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사회는 20세기, 21세기 넘어오면서 압축 고도성장시대, 민주화 운동, IMF시대 이후 치열해진 경쟁사회로 내몰리면서 먹고 살 만한 나라가 되었을지언정 개개인적으로 보면 삶의 여유적 공간은 점점 팍팍해져 슈필라움의 존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슈필라움은 사치가 아닌 이제 누구나 가져야 할 이 시대의 인간다운 한 면모인 것이다.
서울에서 한참 먼 여수, 그 중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어느 외딴섬에 버려지고 쓰러져가는 미역창고를 매입, 개조하여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그것을 보는 내내 그 감정이 독자에게 전이되어 언젠가 나만의 슈필라움을 가지고 싶게 만든다. 김정운 작가는 버려진 미역창고의 이름을 그대로 살리고 창조적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였다. [美力創考] ‘아름다운 힘으로 창조적 사고를 한다’라는 뜻이다.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의 여수 남쪽 섬의 한 해변가에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만들 계획은 가족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반대하며 심리적 저항을 겪게 되는데 이때 유일한 한사람만, 아버지만이 다르게 반응한 대목이 나온다.
“쿠바에 가면 헤밍웨이의 서재가 바닷가에 있다.”라는 말 한마디로 그에게 그가 진정 하고싶은 일의 추진력을 더해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서 후회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나오는데
[‘한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해야 한다. … ‘한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을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 지금 이 섬의 미역창고에 작업실을 짓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섬에 작업실이 완공되어 습기와 파도, 바람 때문에 아무리 괴롭고 문제가 많이 생겨도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얼마든지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섬에서 왜 행복한가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P.60~61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이유. 도전의 실패를 겪은 적이 있는데 자존심 때문인지 무엇 때문이지 몰랐으나, 후회하기 싫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를 이 글을 보고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한번 도전하여 한번 실패했지만 최종적인 것은 아니며 아마도 계속 도전을 하지 않고 기존 생활을 이어갔다면, 지금도 도전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끝내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자 김정운은 여수의 한 외딴섬에 미역창고라는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만들어 자신의 화실과 서적을 옮기고 서재를 만들고 있다. 쓰러져 가는 창고를 완전히 개조하는 수준으로 건축 중간에 태풍의 시련을 맞기도 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설레이고 행복해한다.
자신만의 빈 서재에 앞으로 책을 채워 나갈 모습을 상상하고 꿈꾸는 공간. 저녁이면 갯벌과 바닷가, 수많은 섬들 사이로 붉게 물든 노을, 밤이면 여수 밤바다, 모닥불, 라디오 음악과 깜깜한 하늘속에서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슈필라움 미역창고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상상해보자. 미래의 어느 순간 우리만의 슈필라움을 설계해보고 경쟁적 삶에서 (잠시라도 가끔씩) 한 발짝 떨어져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것. 상상하고 생각하고 조금식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일 것이다.
“빈 책장에 책을 채워가며 늙어갈 겁니다!” p.269
저 글귀가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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