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현생인류는 이동하며 생활하는 수렵채집, 정주생활의 부족단위를 거쳐 점차 규모를 키우며 국가를 이루고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 수만 년간 인간은 떠돌이 유목민에서 정착과정, 문명의 발생, 도시, 국가의 탄생, 사회 시스템과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인간의 뇌와 유전자는 여전히 떠돌이 수렵 채집인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시간을 거슬러 수렵 채집인 시대의 아기를 타임머신에 태워 현재 시대로 데려와 양육해도 현재 사회 인간으로 잘 성장하고 적응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구조, 유전자와 뇌는 수만 년 전과 다를 바 없지만 생활상은 급속도로 변화되었다. 우리 생활의 자세히 관찰하면 수렵채집 시대 습관이 여전히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지배하는 것을 여러 심리학 연구와 뇌 과학 연구로 밝혀졌다.
문화권과 상관없이 모든 인류는 푸른 초원을 좋아하고 잠자는 침실은 항상 현관문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하면서 침실문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였다. 바로 동굴생활시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한 생활습관의 산물이 현대시대에도 적용된 사례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 감각은 주변 환경의 엄청난 정보를 받아들인 후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선별하여 매우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는 진화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선택이자 효율성을 증가시킨 결과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인간 생활사에서 선택적 정보 선별 취합으로 인간사 오해와 질투, 사랑, 배신 등의 드라마가 인류사에 펼쳐지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탄생한다.
책 <이야기의 탄생>은 바로 이런 심리학과 뇌 과학의 이론으로 어떻게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이야기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나아가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 (문학 작가)이나 영화, 영상매체의 작가 등에게 유용한 배경지식과 구체적 방법론까지 설명하였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야기는 인간사회를 연결하고 지탱해주고 인간임을 구별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부족, 나아가 사회에서 이야기는 그 집단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공통의 믿음을 공유함으로써 인류 문명과 함께 이어져 왔다. 각 문화권에서 환경에 따라 탄생한 이야기는 인간의 생존과도 관련되었다. 각종 구전, 종교, 전설 등의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한 가르침을 여러 버전의 이야기로 전세계 문화권에 각색되어 있다. (예: 도둑질 하지말라, 착하게 살라, 부모를 공경해라.) 모두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뇌 과학과 연관되었다.)
서양과 동양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집단을 우선시하는 문화의 차이는 인류 생존에 필요한 환경의 차이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런 차이점에도 공통의 이야기 주제는 결국 통제에 대한 교훈, 더 넓게는 집단의 생존과 연관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도 지어내고 하나의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심오한 감정을 건드리면 공통의 믿음으로 그 사회를 유지시키고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
다른 문화권 혹은 다른 부족과의 서로 다른 이야기의 변주로 인해서 역사와 인간사이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영웅의 탄생 등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이런 이야기의 특성은 사람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이끌어 낸다. 이런 특성은 이야기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사람들 사이의 논쟁거리를 무수히 만들어 나간다. 특히 신념이라고 표현되는 하나의 믿음은 이야기를 만드는 주요 갈등의 요소이며 현실세계에서도 이런 신념 (특히 정치, 종교적 신념)은 이야기 뿐 아니라 인간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싫어할까? 왜 그런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낄까? … 그들의 확고한 정치 신념이 틀렸다고 입증해주는 증거를 접할 때 뇌에서 어떤 현상이 얼어나는지 알아보았다.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숲속을 거닐다 곰을 만날 때 일어날 법한 반응과 상당히 유사했다. 그래서 우리는 맞서 싸운다. 상대가 틀리고 우리가 옳다고 설득하면서 싸운다. 늘 그렇듯 설득에 실패하면 괴로울 수 있다. P.119
알고 보면 높은 자존감과 도덕적 이상주의가 대다수 악행의 원인이다. P.129
문학, 영화 등의 형태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추리, 가족, 성장, 범죄,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인물 중심, 즉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한 인물에 극적질문,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과정이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인물에 관한 것이다. 추리극이나 범죄 소설 영화에선 관객 (독자)와 작품 속 인물 또는 등장 인물 간의 정보의 격차가 존재한다. 사건에 대한 추리, 수사물이지만 결국 용의자가 왜 죽였는지 동기에 대한 질문이고 이는 결국 인간 행동의 이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여 작품속에 그대로 녹여낸 작가가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지위를 잃을 때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을 가장 잘 파악한 작가이다. 자신의 지위를 잃을 때 느끼는 심리적 고통, 굴욕감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심리적 처벌로 설정하였다. 이런 심리적 상황에 뛰어난 표현력을 덧붙여 창작한 작품은 생생하게 독자 (내지 관객)에게 몰입하는 배경을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인물 중심으로 그 인물 자신이 누군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통제한다고 믿지만 주변 세계와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형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야기와 달리 인생에서는 우리가 누구인가에 관한 극적 질문이 끝내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P.167
아이가 선한 영웅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영웅이 선해서가 아니라 그의 처지가 아이에게 강렬하고 긍정적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 아이가 떠올리는 질문은, “나는 선해지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누구하고 비슷해지고 싶은가? 라는 말이다. P.209~210
책 <이야기의 탄생>은 작가가 여러 뇌 과학, 심리학에 대한 정보를 두루 섭렵하여 어떻게 우리는 이야기에 매혹되고 어떤 이야기가 매력적인지 그 역사적 배경, 과학적 배경을 통해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놓았다. 반전영화라도 단순히 결말에서 모든 건 꿈이었다고 말하는 허무한 결말과 이야기의 다양한 구도, 인물의 탐색과정에서 나타난 조건이 마지막에서 조합되면서 모든 게 꿈이었을 수밖에 없는 결말은 천지 차이이다.
향후 작가가 꿈인 사람, 글쓰기, 이야기꾼, 작가지망생, 현직 작가에게도 이런 심리학과 뇌과학을 접목한 작가의 책을 만나보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누구든 매력적인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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