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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하는 인문학적 상상

차가운 물리법칙이 그의 손을 거쳐 기묘한 상상력으로 재 탄생되는 이야기. ‘테드 창’의 두 번째 단편모음집 숨 (Exhalation)

by P.Keyser 2021. 9. 11.

테드 창의 2번째 단편소설, 숨 2019년 5월 출판

필자가 짧은 식견에서 볼 때 상상력 작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2명 있다. 개미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리고 SF 단편소설이자 영화 콘택트의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작가 테드 창 (Ted Chiang)가 있다. “이라는 책은 테드 창의 20195월 미국에서 출간된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17년만) 9개의 단편을 묶은 2번째 단편집이다.

 

베르나르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꾼이라면 테드 창은 주로 물리학 기반 과학적 이론을 재료삼아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이다. 이번 숨이란 작품속에 총 9개의 단편 역시 유감없이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속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열역학 법칙, 앞으로 인공지능시대에 다가올 로봇과 인간의 관계의 철학적 질문 등 다양한 소재로부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해준다.

 

책 속의 첫번째 단편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상대성 원리에 의한 시간여행, 열역학 법칙에서 시간의 방향성의 흔적이 보인다.

 

현자들은 말합니다.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P.49

 

이 문장속에 세상의 돌아오지 않는 것은 시간의 방향성을 말하며 과거는 결코 바꿀 수 없을 뿐 아니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물리적 법칙을 (반대로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야기 하고 있다.

독자마다 감상평이 다 다르겠지만 필자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이 책의 제목으로 나온 , Exhalation”이었다. 물리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까진 아니더라도 천체물리학, 상대성 이론, 열역학 법칙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숨이라는 단편에서 기막힌 상상력에 필자는 짜릿함을 느꼈다.

 

몇 가지 인용해보자면,

 

우리의 뇌는 공기의 흐름에 의존해 작동한다. 공기의 흐름이 감속하자 우리의 사고도 느려지면서 시계가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P.76

이 문장에선 시간의 상대성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시간의 방향성은 미래로 간다는 물리법칙을 함축적이며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하였다. 시간은 미래로 흐르며 어디에 절대적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고, 과거로 회귀는 불가능하다는 물리법칙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우주는 열린 우물이 아니라 봉인된 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기는 그 방 안에 점진적으로 축적된다. 지하 저장고의 공기와 동일한 기압이 될 때까지. …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공기뿐이라면 우리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실제 원천은 기압 차이이다. 공기가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낮은 공간으로 흐르는 현상 말이다. P.77~78

여기서 공기 밀도는 중력으로 바꿔 이해하면 쉽다. 공기 밀도 (중력)이 높을수록 시간은 천천히 간다는 상대성원리에 기반한 상상력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생각해보자 블랙홀 근처의 행성의 중력이 강한곳에 착륙한 인물은 단 몇 십분 머물렀음에도 중력이 약했던 우주선내 시간은 상대적으로 빨라져 (혹은 행성에 착륙했던 대원들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려져) 10년 이상의 시간차이가 발생했다는 점. 또 높은 기압 (정돈된 에너지)에서 낮은 기압 (흩어진 에너지)로 흐른다는 당연한 물리법칙은 에너지와 상태는 결국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상상력을 입힌 표현이다.

 

 

대기의 공기를 빨아들여 부피가 더 작은 공간에 강제로 밀어넣는 장치를 제작했다. … ‘압축’… 그러나 면밀하게 검토해보자. 유감스럽게도 이 장치의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장치 자체가 지하 저장고의 공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허파 하나에 채울 공기를 만들어 낼 때마다, 같은 양도 아니고 그보다 더 많은 양의 공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판명된 것이다. …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주에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는 무한 동력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낙관론을 공유할 수 없다. 균등화 과정은 결코 막을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 우주는 완벽한 평형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뇌의 연구가 과거의 비밀이 아닌 미래의 궁극적 운명을 밝혀냈다는 사실에서 아이러니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P.80~81

이 표현에서 필자는 18세기 산업혁명을 떠올렸다. 대량생산시대 증기기관 시대를 연 18세기 영국. 여기서 태동한 산업혁명은 열기관 엔진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기술자들은 이 엔진을 좀더 효율적으로, 좀더 힘센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였다. 여기에서 열역학 법칙이라는 위대한 물리법칙이 파생되었다. 열역학 2법칙은 훗날 시간의 화살 (시간은 과거를 거쳐 현재에서 미래로만 흐르지 그 반대로는 불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과학적, 물리적으로 입증, 여담이지만 이런 이유로 상대성이론과 접목하면 우리는 미래로 시간여행은 가능하지만 미래 혹은 현재에서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엔트로피 개념이 녹아든 법칙이다. 열은 온도가 낮은곳에서 높은곳으로 흐르지 않고, 압력도 낮은 곳에서 높은곳으로 흐르지 않는다. 결국 모든 상태와 에너지는 일정한 방향이라는게 존재했고 이것이 결국 우리 우주의 미래를 계산하는 법을 알아버린 것이다. 18세기 당시 누가 알았겠는가, 그들은 그저 엔진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작업한 결과물이 우리 지구와 태양의 미래, 나아가 우주의 미래까지 예견할 것이라는 것을~!

 

우주는 엄청난 양의 공기가 비축된 데서 시작됐다. … 언젠가 기압 차가 극단적으로 줄어, 우리의 팔다리는 약해지고 동작은 굼떠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육체적 무기력감을 덜 민감하게 느낄 수 있도록 사고 속도를 늦추려려는 시도에 나설지도 모르지만, 그런다면 외부에서 일아나는 과정은 가속화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P.82

이 표현 역시 빅뱅이론과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물리적 이론에 빗댄 작가의 상상력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볼 때 이러한 물리적 기반의 세상을 볼 때 우리는 차가운 수학적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지만 작가는 독자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우리에게 세상의 진실이 이러할 지라도 우리 생명에 고귀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우주의 미래와 수명을 계산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 개개인의 삶, 생명의 다양성까지 예측하고 그들의 역동성을 계산할 수은 없다. 우리가 만들어온 아름다운 건축물, 우리의 일상을 좀더 풍요롭게 해주는 음악, 시, 미술작품은 물리와 수학으로 결코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런 물리적 계산으로 이뤄지는 우주속에서 이토록 충만한 생명과 우리의 삶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단편에서도 이런 상상력과 기발한 이야기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단편에서 컴퓨터와 네트워크에서 존재하는 디지털 캐릭터가 한 개인의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과 디지털 캐릭터 (혹은 미래에 등장할 인간친화적 로봇산업)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단편에선 인류가 태동하며 언어, 문자의 발명, 컴퓨터 기록 등 인류가 사용해온 도구와 진실의 기록의 사이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책은 짧으면 몇 장, 가장 긴게 약 100페이지 정도의 단편으로 이루어졌기에 짬짜미 시간마다 하나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보는 재미와 깊숙한 철학적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꾼의 상상력을 이 책에서 경험해보길 권한다.           

 

참고: 이번 블로그에서 소개된 열역학, 엔트로피에 대한 맛간을 알고싶으면 브라이언 콕스 지음 <경이로운 우주> 기억하고픈 인용문을 소개한 아래 블로그를 같이 보시면 좀더 재미있고 쉽게 다가설수 있을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이다_경이로운 우주

브라이언 콕스 지음 <경이로운 우주> 기억하고픈 인용문입니다. 서평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쉬운 문체의 천체 물리학 이야기, 과학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진 책으로

4ursta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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