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한민국 경제는 한창 고도 성장기이면서 동시에 군부 독재 시절이었다. 83학번 저자는 대학만 나오면 어느 곳이든 질 좋은 일자리를 큰 무리 없이 취직할 수 있었다. 그 시절 대학가 데모가 일상이었고, 졸업하면 무리 없이 은행원으로 입사하여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다. 은행원으로 잘 나가는 듯하다 IMF라는 시대적 큰 벽을 만나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저자는 은행원 시절 한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뇌리에 저장했지만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일화가 있었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 혹은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곳에서 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 나가라고. 은행에서는 그저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면 월급을 주지만, 그 월급은 너를 점점 약하고 가축적인 인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저자의 호주 이민을 정착하고 안정을 찾은 뒤 그 의미를 깨닫았다고 한다.
그때 당시 이런 생각을 품은 사람이 있다는 게 좀 놀랍다. 고도성장기 대학 나오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해가 지날수록 호봉이 쌓여 연봉도 올라가던 시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노동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시기가 오는데 IMF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저자도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은행의 비인간적 업무방식과 노동자로서 월급이라는 꿀에 저당 잡혀 사는 인생에 회의감이 얽혀 결국 퇴직을 (당)하게 된다.
당시 저자 개인의 사회적 퇴출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한번의 은행 이직으로 인한 실적 압박과 비인간적 은행업무 등이 겹쳐고 IMF라는 산을 만나 10년간 고초를 겪었다. 호주 출장 중 만난 그곳의 환경에 매료되어 이민을 결정하게 된 과정부터 정착기 그리고 호주의 문화 등이 저자가 직접 부딪히고 살아온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들을 수 있다.
단돈 4천만원 전재산과 함께 초등학교 두 아이와 함께 호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방황하는 이야기, 기술학교 수업, 건설현장 노동자, 버스운전기사 면허증 도전 그리고 버스 운전사의 직업으로 행복함과 단순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처음 호주 정착기역시 힘든 시절을 있었으나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며 가족을 위해 초기 고생을 하는 삶을 한국보다 많은 가족과의 시간이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시간으로 보상받고, 특히 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호주 생활을 이야기한다. 언뜻 보면 호주 이민생활이 낙원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나름 호주적응기와 호주 문화를 설명하면서 자기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며 견뎌내는 시간은 결국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냐 의의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가끔 딸들에게 10년 후 너희들의 모습을 상상하여 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딸들이 그 말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아빠의 말을 기억하리라. 나는 딸들에게 자신의 꿈을 향하여 무엇을 하고,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지 묻는다. 너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방만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너무 어렵게 살 필요도 없고,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를 통하여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 부모세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며 어디서 살지, 이제 세계의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가족을 위해 자신을 너무 희생하는 개념은 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동충하초와 비유하며 자신은 가족 특히 자녀들을 위한 자양분이 될 동충하초에 비유하는데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석하면 자식을 위해 자기 자신을 산화시켜버리는 삶처럼 들린다. 물론 저자는 이런 뜻은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호주에서 초창기 고생스러웠던 부분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너무 강조되어 나의 삶은 그저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세상의 풍파를 혼자 맞붙이여야 하는지는 살짝 동의하기 어렵다. 가족을 위해서 가족의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개척한다는 표현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더 적합할 것이다.
세상의 풍파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나의 길을 사랑 속에서 헤쳐내 가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며 독자의 현재 가족과 직장생활의 단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책 속의 인상 깊은 인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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