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묻는다. 책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300페이지가 안되는 단편 소설집으로 반나절이면 충분히 다 읽어볼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분량이 중요한건 아니다. 그 속에 얽힌 이야기는 묵직한 의문문을 준다. 바로 나 자신에게 책과 독서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 린타로는 내성적인 고교생으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다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사망으로 홀로 남겨지게 된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고서점에서 살았기에 소년은 책을 자주 접해온 애독가로 그려진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린타로는 서점을 팔고 학교도 나가지 않으며 지역을 떠나려고 하는 중에 야릇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나서 자신을 도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고양이를 따라 들어가며 총 4개의 미궁을 만나게 된다.
- 오직 독서량을 중요시하는 엄청난 다독가이면서 책은 그저 장식품의 의미로 존재하는 사람,
- 책을 읽지 않는 세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뽑아내어 아무리 어려운 책도 단 몇분만에 책을 알게해주는 연구소장,
- 그리고 책은 그저 공산품으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만 집중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 사장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책과 독서의 의미에 대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책을 대할것인가 주제를 독자에게 넘겨준다. 물론 이 소설에선 작가 나름대로 생각이 담겨져 있다.
마지막 4번째 미궁에선 지난 3번의 미궁과 다르게 책 자신에 대한 미궁을 그리고 있다.
책의 가치는 바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전해지는 무게가 달라진다. 지난 2천년간 수많은 책이 세상에 나오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책들도 많다. 금속활자가 발명되고 책은 유래없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고 각 나라 문화마다 책이 전달되는 양상도 달라지게 된다. 소설속 책에선 독자의 마음에 따라 책이 가진 파괴력이 달라지고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마음에 따라 책은 주인에게 여러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을 주게 되다.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다." p.228
책 자신은 책의 의미와 독자의 마음에 따라 이 시대 책이 가진 의미를 저자의 시선으로 다시한번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책은 큰 재미, 반전, 감동은 없다. 그러나 문학으로서 책의 존재 이유에 대해, 독서의 이유에 대해 이 책을 통하여 저자의 시선을 느끼고 애독자라면 한번쯤 읽고 생각해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아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p.261
주인공 린타로는 할아버지 사망이후 이 기이한 4번의 미궁을 풀어나가며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고서점에 대한 애착을 재 발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마 저자 역시 책을 통해 본인의 위기 혹은 살아가면서 힘든 상황에 책을 통해 길잡이를 만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당신에게 책과 독서행위는 어떤 의미인가요? 독서량? 책 수집가? 삶의 방향성? 지식 탐구? 앎의 즐거움? 한번쯤 생각해보는것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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