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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하는 인문학적 상상

어느날 회사그만두고 덜컥 헌책방을 열었더니…_나의 작은 헌책방,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by P.Keyser 2021. 6. 4.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렸다. 스물 한 살이었다. 돈보다 더 소중한 일을 찾게 해준 <벌레문고> 20여 년의 기록-허클베리북스 출판.

 

책의 저자 미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시장에서 고졸 출신으로 일하다 회사의 갑질에 못 이겨 즉흥적으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그만 둔다. 그리고 그날 바로 갑자기 헌책방을 열겠다고 임대할 공간을 알아보러 다니더니 (그날이 19931026, 저자 미호는 이날을 10.26혁명이라고 규정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헌책방을 덜컥 열어버렸다. 그 중고서점은 어느새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그녀의 나이 지금 40대를 훌쩍 넘었다.

 

어느날 덜컥 문연 헌책방 미호의 서점. 어느새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저자 미호는 추진력 강하고 매사 자신감 충만하며 외향적이고 활달한 사람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그녀의 에세이에서 보듯이 수줍고, 조직생활이 맞지 않으며 사람들과 폭넓은 교류와 만남을 어려워하는 붙임성과 사교성이 제로인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젊은 나이에 회사라는 몸에 맞지 않는 조직생활에서 막연히 헌책방을 생각하고 귀신 홀린 듯 시작하였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헌책방 창업가의 이야기로 볼 수 있는 에세이는 20년간의 삶의 기록이자 잔잔하고 소박한 헌책방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운이 좋았던 걸까 인연이 통했던 걸까. 그렇게 덜컥 창업한 헌책방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정착하게 되고 나무가 가지를 뻗듯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그녀를 인도하였다. 정적이고 소박한 그녀는 남들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끼류에 관심이 많아 이끼 도감 같은 책도 쓰고 이끼류 관찰 키트도 직접 제작하여 그녀의 헌책방에서 전시도 한다. 이끼 자체가 어쩌면 세상의 관심사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조용하게 하지만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며 살아가듯 주인공도 이런 이끼와 닮은 점이 많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헌책방 창업을 동네 한 켠에 조용히 열어 굶어 죽기 십상이라는 동네서점 (그것도 헌책방)을 끈질기게 유지하며 그녀만의 헌책방 이야기를 오늘도 써 내려가고 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여성으로서 짧은 회사생활과 사업 경험도 없이 오픈한 헌책방은 처음에 주변의 무시를 받으며 성장통을 겪지만, 저자 미호는 잘못하니까 할 수 있는 일 도 있다면서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며 어려운 세상에 소소한지만 당차게 세상을 살아간다. 그녀의 헌책방은 차츰 자리를 잡으며 여러 인연이 확장되고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동네 사랑방 역할, 책 저자의 낭독회, 음악가의 공연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미호의 작은 헌책방, 음악가들의 작은 음악회도 진행한다

"인연과 인연이 섞이는 곳에 현상이 일어난다.” … 궁하면 통한다고나 할까, 세계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부터 넓어져 갔습니다. p.86

 

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잘못하니까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이 말은 몸과 마음 모두 성장이 더디고 느림보라고 불려온 제가 그래도 어떻게든 세상과 이렇게 타협하게 되기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제 나름의 인생철학 같은 것입니다. p.126

 

헌책방의 하루하루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를 채워가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 돈과 사회적 성공이 무엇인지, 삶을 채워가는데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도 있으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재정의하는데까지 생각이 뻗쳐나간다. 이런 생각을 하는것만으로도 독자는 일상의 짧은 쉼표를 얻게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헌책방은 오랜 세월 나름의 개성을 더해가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모시켜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간다. 사람모두 세상에 태어나서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질 운명을 가졌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속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와 흔적을 남긴다면 그 인생은 한번쯤 잘 살다 간다고 이 세상에서 눈을 감을 때 생각하지 않을까?

 

비록 헌책방 주인이라는 저의 직업이 소극적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제가 이 일만큼은 ‘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잘하든 못하든 제가 하는 이 일이 다른 누구도 똑같이 흉내 낼 수 없는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P.188

 

나의 작은 헌책방. 다나카 미호 지음. 2021. 05, 허클베리북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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